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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아, 네곁에 선일이 위로해주렴"
  보도지 : 스포츠서울    보도날짜 : 2004-07-02
   a.jpg (21.1K), Down : 9, 2008-01-22 15:21:25

김선일-이수현 묘소 인접 '둘다 외롭지 않을 꺼야'

“둘 다, 서로에게 위로가 될 거야.”

지난달 30일 오후 3시께, 이라크에서 피살된 김선일씨가 묻힌 부산 영락공원(7묘원 39블럭)은 조금 쓸쓸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유족 및 조문객 200여명으로 붐볐지만 이들이 돌아가고 난 뒤의 김씨 묘는 아직 떼를 덮지 않아서인지 벌건 흙을 그대로 드러내 휑하기까지 했다.

인부들이 마무리 작업을 벌일 때쯤 ‘의인’ 이수현씨의 부모인 이성대(65)-신윤찬(56)씨 부부가 조용히 김씨의 묘를 찾았다.
의인 이수현씨는 2001년 1월 26일 도쿄 신오쿠보 전철역에서 선로 위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한 뒤 자신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아깝게 목숨을 잃었다. 김씨 묘에서 직선거리로 20m 정도 떨어진 곳에 잠들어 있다.

김씨 묘 앞에서 조문을 하던 노부부의 눈가에는 3년 전에 죽은 아들의 얼굴과 김씨의 얼굴이 오버랩되는 듯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신씨는 어깨를 떨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냈다.

아들과 김씨의 한맺힌 죽음이 안타까운 듯 이씨는 “죽은 이유는 달라도 이국땅에서 둘 다 죽었어. 얼마나 꿈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이야. 그래도 내 아들은 자기 스스로 한 행동이었지만 선일이는 살고 싶다고 울부짖었는데 정부가 못 살렸어. 이런 참사는 가족들에게 평생 한으로 자리잡지”라며 긴 한숨을 몰아 쉬었다.

아들을 멀리 떠나보냈는데도 이들 노부부는 여전히 서로를 부를 때 ‘수현이 아빠’ ‘수현이 엄마’라고 호칭한다.

1주일에 2~3번 아들의 묘를 찾는 이들은 김씨가 영락공원에 안장되는데, 마침 아들의 묘 옆이라는 보도를 보고 그냥 집에 있을 수 없었단다.

“오는 13일이 수현이의 31번째 생일이야. 지난해에는 우리 부부가 수현이의 생일상을 차려놓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올해는 그러지 않을 거야. 생일 시루떡을 만들어 동네사람들과 나눠 먹을 거야. 더 이상 울지 않기로 했어.”

눈이나 비가 온 다음날이면 반드시 아들 묘를 찾는 이씨는 아들 묘에서 잡초도 뽑아주고 장미도 심고 울타리도 만들면서 많은 시간을 소일한다.
게다가 영락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자신의 아들을 알아보거나 특히 일본 추모객들이 방문하면 아들 자랑에 열심이다.

이씨는 먼저 아들을 보낸 부모 입장에서 김씨 부모와 가족에게 하고 싶은 조언도 잊지 않았다. “유족들이 지금 경황이 없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건강에 유의하고 우울증에 걸리지 않아야 한다”며 “특히 아버지가 스스로 굳은 마음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이씨는 “이제 수현이 묘에 오면 선일이 묘도 한번씩 돌아볼 참이다”라며 “더 이상 울지 않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