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이수현님소개 > 기사스크랩
   
  "이수현씨 의로운 정신 이어가야죠"-바이올리니스트 정찬우 추모공연
  보도지 : 중앙    보도날짜 : 2004-01-26
"시간이 지나면서 당시의 숭고한 정신이 잊혀져가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음악을 통해 고(故) 이수현씨의 아름다운 삶을 많은 사람에게 꾸준히 전하려 합니다."

2001년 1월 26일 일본 철도(JR) 신오쿠보(新大久保)역에서 술에 취해 전철역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이수현(李秀賢·당시 고려대 무역과 4년 휴학)씨의 3주기를 맞아 재일 바이올리니스트인 정찬우(丁讚宇·54·사진)씨가 27일 도쿄(東京)에서 추모 공연을 연다.

"제일 처음 사고 소식을 듣고는 무작정 바이올린을 들고 역으로 달려갔지요. 숨진 李씨를 위해 '가고파'를, 같이 희생당한 일본인 카메라맨 세키네 시로(關根史郞)를 위해 일본의 대표 가곡인 '나라야마(平城山)'를 연주했습니다. 두 사람의 죽음을 통해 양국 관계가 보다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뿐이었습니다."

丁씨는 사고 두달 뒤 도쿄 아카사카(赤坂) 산토리홀 소공연장에서 두 사람을 추모하는 무료 콘서트를 열고 모금활동도 벌였다. 공연장 대관료 등 총 비용 1백만엔은 모두 본인이 부담했다.

"당시는 교과서 문제 등 양국 관계가 그다지 원만치 못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두 사람의 값진 희생이 헛되지 않고 한·일 두 나라 국민에게 숭고한 정신을 전달해 주기 위해 음악회를 시작했습니다."

丁씨의 열정 때문인지 2002년과 지난해 공연은 일본인 관중으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재일동포인 丁씨는 다섯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 프랑스 파리 국립음악원에서 대학원을 졸업한 뒤 한국국립교향악단과 도쿄교향악단의 수석 콘서트 마스터를 역임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다.

지난 20일 丁씨가 운영하는 음악사무실인 브레멘하우스를 찾았을 때 그는 공연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丁씨는 "공연의 테마를 '생명에 대한 존엄'으로 확대하는 등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운영할 것"이라며 "올해부터 산토리홀의 대공연장(정원 2천6명)을 빌려 한·중·일 3국 음악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연을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