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이수현님소개 > 기사스크랩
   
  이수현씨 일본그림책 한글번역본 발간
  보도지 : 중앙    보도날짜 : 2002-05-10
   a.jpg (39.5K), Down : 7, 2008-01-22 14:44:56

국경없는 희생정신 느껴봐
구름다리가 된 수현 / 요시카와 마코토 글, 아지토 게이코 그림 / 김숙 옮김, 북뱅크


지난해 1월 일본 도쿄의 한 지하철역에선 술에 취해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려고 두 남자가 동시에 철로로 뛰어내렸다가 세 사람 모두 숨진 사고가 있었다.

그 두 남자 중 한 사람은 스물 여섯의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이었다. 그 `아름다운 청년`의 이야기가 한 편의 그림동화로 다시 태어났다. 우리나라 작가가 아닌 일본 작가에 의해-. 그리고 완성도 역시 높다.

특히 파스텔과 수채화 기법을 혼용해 그린 삽화들은 따스하고 아름다운 이수현의 마음을 그대로 전해준다.

`살신성인`의 실화가 주는 감동 외에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를 앞두고 이 책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할아버지가 일본인들에 의해 많은 괴로움을 받았던 가족사에도 불구하고 청년 이수현은 바로 일본과 한국 사이의 `구름다리`가 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이 책도 축구를 좋아하는 소년이 할아버지와 지하철로 축구장에 갔다 오다가 갑자기 할아버지 손에 끌려 신오쿠보 역에 내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사고가 있었던 그 역 플랫폼에서 두 손을 모으고 묵념을 한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이수현의 이야기를 나직하게 들려준다. "아까 축구 경기장 하늘에서 이수현 청년의 모습을 보았구나. 할아버지의 환상이었겠지만…. 이수현 청년은 말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열리는 월드컵 대회 때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게 꿈이었거든."

하지만 동화는 사고 당시 이수현의 행동을 미화하거나 극적으로 묘사하는 방향이 아니다. 그저 물고기 눈알이 무섭다며 생선을 잘 먹지 않고, 기르던 병아리가 죽었을 때 몹시 울었던 마음 여린 소년 이수현이, 기타와 당구·록밴드 등에 빠져 평범하게 자라면서도 노인 등 소외된 이들에 대해 배려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온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글을 쓴 요시카와 마코토는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작가.
평소 한국와 일본 역사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는 후기에서 "사람은 따뜻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사람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의 무자비한 사건도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신오쿠보 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잃은 두 사람을 떠올립니다. 그 두 사람이 순식간에 보여준 행동을 생각하고 있으면 인간의 숭고함이 가슴에 전해져 와 인간으로 태어난 것에 감사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