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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韓日외교관들도 못한 일을 수현이 혼자 해냈다
  보도지 : 동아    보도날짜 : 2021-01-24
   기사20210124동아2.jpg (12.5K), Down : 0, 2021-12-28 14:12:36

20일 오후 1시 일본 도쿄 신오쿠보역. 플랫폼으로 향하는 계단 벽 앞에 3명의 일본인이 고개를 숙이며 묵념을 했다. 2001년 1월 26일 오후 7시15분 경 선로에 추락한 일본인을 구하려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故) 이수현 씨(1974~2001)를 기리는 추모의 벽. 올해는 이 씨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되는 해로 이들은 26일 20주기 추모 행사에 앞서 자신들 만의 추모식을 가졌다.

●20년 간 기부한 소시민·다큐멘터리 만들어 전국 상영회 여는 감독
“이수현! 나는 그의 이름을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이 씨가 사고 직전까지 다녔던 일본어 어학당 아카몬카이(赤門會)의 아라이 도키요시(新井時贊·71) 이사장은 감정을 억누르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아라이 씨는 이 씨가 사고를 당한 후 가장 먼저 경찰서로 달려간 인물이자 20년 째 추모 사업을 이끌어온 사람이다. 그는 “당시 수현이 아르바이트(PC방)가 오후 5시까지였는데 하필 그날 컴퓨터 수리 등으로 2시간 늦게 끝났다. 그것만 아니었다면…”이라며 지금도 안타까워했다.
눈 앞에 떨어진 사람을 망설임 없이 구하려 한 이 씨의 행동이 지금도 일본 사회를 울리고 있다는 그는 “수많은 외교관이 이루지 못한 한일 친선을 수현이 혼자 힘으로 해냈다”고 말했다.

이 씨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2년 설립된 ‘LSH 아시아 장학회’는 올해 수혜 학생이 1000명을 넘는다. 이 씨의 기일(1월 26일)을 잊지 말자며 장학회 기금으로 1만2600엔을 내는 기부자도 있다. 20년 간 기부를 해 온 야마모토 히로코(山本弘子·62) 씨는 “헌신과 배려에 국경이 없다는 것을 이 씨를 통해 알게 됐고, 그 가르침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씨를 통해 한국을 알게 된 야마모토 씨는 3년 전엔 자신의 딸도 이 씨의 모교인 고려대에 유학을 보내기까지 했다.

●日 기업도 20년 간 후원… “이수현은 여전히 살아있는 존재”

20년 간 이 씨를 지켜온 일본인 중에는 영화감독 나카무라 사토미(中村里美·56) 씨도 있다. 한일 간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던 이 씨의 생전 바람에 감동을 받아 그를 주제로 다큐멘터리 영화 ‘가케하시(징검다리)’를 제작, 2017년 2월부터 일본 전국(현재 15개 지역)을 돌며 상영회를 열고 있다. 나카무라 씨는 “현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해주는 관객들이 많다”며 “우리 마음속에 ‘이수현’이 살아 있어 ‘가교 역할’을 우리가 대신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오쿠보역 운영회사인 JR히가시니혼은 장학회에서 발간하는 회보에 광고비(1000만 엔, 약 1억 원)를 지원하고 있고, 일본 항공사인 JAL은 매년 이 씨의 부모님의 일본 방문 항공료를 지원하는 등 이 씨를 추모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들은 “지금의 한일 관계를 가슴 아파 하고 있을 것”(아라이 이사장)이라며 한일관계가 악화된 지금이야 말로 이 씨의 숭고한 정신을 기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6일 열리는 20주기 추모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폭 축소돼 열릴 예정이다. 이 씨의 어머니 신윤찬 씨(71)도 처음으로 참석하지 못한다. 정세균 국무총리 명의의 헌화, 강창일 신임 주일대사의 비디오 추도 메시지 등이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