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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이 남긴 고귀한 뜻 제발 잊혀지지 않았으면…"
  보도지 : 부산    보도날짜 : 2013-01-24
   20130124부모님사진.jpg (43.0K), Down : 2, 2015-01-25 10:43:09

"찬바람 몰아치는 1월이면 그날이 자꾸 떠올라 아직도 잠을 설치곤 합니다."

지난 2001년 1월26일 오후 7시께 일본 도쿄 신오쿠보 지하철역. 퇴근길 시민들로 붐비던 이곳에서 술에 취한 남자가 지하철 선로로 추락하자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당시 23세·고려대 무역학과 4년 휴학 중) 씨가 그를 구출하기 위해 선로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 씨는 전차에 치어 목숨을 잃고 말았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이 씨의 살신성인 정신을 기리기 위해 그를 의인(義人)으로 선정한데 이어 여러 단체들도 해마다 추모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26일 12주기 맞아 일본서 추모 행사 이어져
국내선 글짓기 대회 중단 등 숭고함 잇기 시들

고 이수현 씨의 아버지 이성대(72) 씨와 어머니 신윤찬(62) 씨.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 씨 부부는 오는 26일 일본에서 열리는 '이수현 의인 추모 12주기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25일께 출국할 예정이다.

"수현이가 갑자기 떠난 뒤 일본 국민들의 기부금으로 'LSH아시아장학회'가 설립돼 작년까지 중국·베트남, 태국 학생 589명에게 장학금을 줬습니다. 수현이가 학업을 마치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큰 위로가 됩니다."

'LSH아시아장학회'는 고인의 기일이면 신오쿠보역에 헌화하는 등 추모행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일본 구마모토 현의 일본 교포 모임인 '무궁화회' 등도 기일에 맞춰 고인을 기리는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부산 금정구 부산영락공원 내에 자리한 고인의 안식처에는 아직도 일본인들이 꽃다발과 향 등을 수시로 놓고 가는 등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 씨 부부는 "지난해엔 일본에서 수학여행을 온 고등학생 80여 명이 묘소에 들러 헌화했다"며 "이달 말에는 일본의 한 소학교에서 수현이가 보여준 이타심을 주제로 강연을 해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의 추모 행사가 드물어진 점에 대해 서운함을 토로했다.

"2011년까지 부산에서는 해마다 '의인 이수현 정신 선양 글짓기'대회가 열렸지만 지난해부터 부산시교육청의 지원 문제 등으로 인해 개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라나는 학생들이 다른 사람을 돕는 마음을 갖도록 인성교육 차원에서라도 행사를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들은 이어 "그동안 국내에서는 이타심을 사회에 확산시키기 위해 이수현 문화재단을 발족시켜 의인상을 제정키로 하겠다는 등의 여러가지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모두 흐지부지됐다"며 "수현이가 남기고 간 뜻을 정작 우리 국민들은 너무 쉽게 잊는 것 같아 무척 아쉽다"고 밝혔다.

또 "일본 외무성에서 수현이를 기리는 의미에서 한국의 청소년 10여 명을 해마다 일본으로 초청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나 부산시에서도 일본의 학생들을 초청해 우리 문화를 알린다면 한국과 일본 양국의 문화교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씨는 현재 '이수현 정신 선양회' 명예회장을 맡아 고인과 관련한 각종 자료 정리 등의 작업을 하고 있으며, 신 씨는 고인이 숨진 이후부터 부산진구 어린이대공원 인근의 무료급식 현장 등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