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추모게시판 > 헌시
   
  그대 불꽃이 되어
  글쓴이 : 관리자    
그대 불꽃이 되어

- 한경동 (내성고 교장)


제1.
아직 그의 이름을 잘 모르거든
아무렇게나 찍은 사진 한 장에서도 풍기는
그의 형형한 눈빛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날 것같은
도무지 굽은 데 없이 곧고 뜨거운
한 사나이의 視線을 마주 보아라

언제 슬픔이 틈을 노려 그를 病들게 하고
무슨 邪惡한 마음이 몰래 숨어 들어
그를 속일 수 있었을까

단숨에 東海를 오가는 고래처럼
단번에 현해탄의 파도를 잠재운
그의 용기, 그의 보이지 않는 힘이여


제2.
그대 낯선 땅에서는 고독한 이방인이었으니
무엇으로 한 겨울 언 몸 녹이며
불기 없는 단 칸 다다미 셋방에서
무시로 밀려오는 향수를 달랬을까

그보다도 그보다도
저마다 그리운 불빛 찾아가는
일상의 귀로에서 어느 누가
이름없는 청년을 눈여겨 보았을까

어찌 그 날만이랴
제 살이에 바쁜 생존의 길목에서
누가 이웃에게 온 몸을 던져
마침내 죽음까지 同行할 수 있을까

무엇이 하나 뿐인 그대의 목숨에 값하며
무엇으로 맑고 순수한 영혼을 대신할까
차라리 못 본 체 돌아섰다면.....
이 세상 모든 어버이의 심정이 그러하리라


제3.
어머니, 수현이 왔어요
금세 문을 두드릴 것 같은 환상에
제대로 잠 못 이룰 부모님께
행여 꿈에라도 자주 자주 뵈오시라

애틋한 인연 가이없으니
그대 어버이 가슴에 오래도록 살아 남아
못다한 도리를 다하시라
자랑스런 아들로 다시 태어나라

이 땅 유난히 피 뜨겁던 젊은이여
한 몸 던져 사랑의 불 만방에 지폈으니
얼어붙은 歷史의 江도 차츰 풀리고
인종도 국경도 없이 다만 사람이 으뜸인
밝고 따뜻한 세상이 열리리라

그대 불꽃의 청년이여 義氣의 표상이여
어둡고 험한 밤길에는 횃불이 되고
슬프고 외로운 하늘에선 별이 되어
영원히 스러지지 않는 찬란한 빛이 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