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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현이형 부모님께
  글쓴이 : 관리자    
수현이형 부모님께

이 주소가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소개를 먼저 드리죠.

과거에 수현이형과 같이 밴드생활을 잠깐 했었던 학교후배랍니다.
함께 기타연주도 , 노래도 잠시간 했었습니다.
제가 좀 열심히 안하고 놀아서 형한테 혼난적도 있었답니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두달을 못넘기고 밴드에서 나왔습니다.
하지만 형과의 사이는 좋았고, 가끔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면서 술자리도 같이 했었죠.

지금 전 군인이랍니다. 1년 남았죠.
한참 청소하다가 뉴스를 보고 제 눈을 의심했어요.
슬프지만 사실이란걸 알았을 때 전 그날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답니다.

휴가때 갔다왔어야 하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갔다오지 못한게 너무 가슴아파, 이렇게 글로라도 뜻을 전합니다.
이젠 서서히 잊혀져 가실지도 모르는데 괜히 슬픔만 드리는게 아닌가해서 무척 죄송합니다.

외할머니, 외가쪽 누나의 교통사고 이후, 제 주위 사람이 떠난게 처음입니다.
그때의 기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처음엔 안믿기다가 사실로 다가오고, 나중엔 눈물조차 나오지않는, 가슴어딘가 꽉 막혀있는 그 기분.

지금에 와서 무어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할지. 하지만 저도 형의 행동에 대해선 경의를 표하지 않을수가 없답니다.
비록 부모님께선 너무나도 소중한 형을 잃으셨지만, 이젠 저같은 새로운 아들이 생기지 않으셨습니까?
한번도 뵌 적 없지만, 전 지금 과거와는 달리 더 열심히 살기위해 노력중이랍니다.
저 역시 수현이형을 가슴속에 영원히 간직한 채 살아갈것입니다.

저뿐만이 아니랍니다.
많은 사람이 저처럼 생각하고 있으며, 그들은 이제 다 부모님의 아들이라고 생각해주십시오.

internet homepage에 가보니까 많은 글이 남겨져 있더군요.
하지만 저도 잘압니다.
그 글의 숫자는 점점 줄어 갈 것이고, 사람들 가슴속에 점점 잊혀져 간다는걸...
너무 가슴아파하시진 마십시오.
적어도 저만은 오랫동안 간직할 자신이 있으니까요.

1년 남은 군생활 열심히 할것이고, 형이 못했던 몫까지 하고 싶습니다.
이젠 저도 형을 천국에 보내주었답니다.
부모님, 동생분도 이제는 힘있는 모습 보여주세요.
전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많은 사람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겁니다.

봄이라하긴 아직 바람이 춥습니다.
부디 몸건강하시고, 언젠가 찾아 뵙고 형 빈소에도 들르고 싶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2001.2.17
-수현이형 후배 문현탁 올림